
버튼 하나를 누르면, 숨어있던 헤드라이트가 '뿅!'하고 튀어나오던 그 시절의 자동차들을 기억하시나요?
마치 잠에서 깨어난 기계 생명체처럼, 닫혔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던 '리트렉터블 헤드라이트', 우리에게는 '팝업 헤드램트'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죠.
1980~90년대, 모든 아이들의 책받침과 포스터를 장식했던 람보르기니 쿤타치, 페라리 F40 같은 전설적인 슈퍼카들의 상징.

미래적이고, 날렵하고, 그 무엇보다 '멋있었던' 이 팝업 헤드램프는 어째서 2000년대 이후로 도로 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걸까요?
그 흥미로운 탄생과 슬픈 퇴장의 역사를 지금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팝업 헤드램프는 단순히 '멋'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디자이너들의 꿈과 현실의 법규 사이에서 태어난, 아주 천재적인 '꼼수'이자 '타협점'이었습니다.
▪ 디자이너의 꿈 :

1970년~80년대, 스포츠카 디자이너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자동차의 앞부분(노즈)을 최대한 낮고 뾰족하게 만들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칼날 같은 스타일을 완성한다!"
▪ 현실의 법규 :
하지만 당시 미국의 자동차 법규는 "헤드라이트는 안전을 위해, 지상에서부터 무조건 일정 높이 이상에 설치되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었습니다.
낮은 차체와 높은 헤드라이트.
이 두 가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바로 '팝업 헤드램프'였습니다.

평소에는 헤드라이트를 보닛 아래에 숨겨 낮고 날렵한 스타일을 유지하다가, 밤이 되어 라이트를 켜면 스르륵 솟아올라 법규상의 높이를 맞추는 것이죠.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규제 안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팝업 헤드램프는, 어째서 멸종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3명의 '암살자'가 있었습니다.
▪ 암살자 1 : '보행자 안전'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만약 자동차가 보행자와 충돌했을 때, 뾰족하게 튀어나온 팝업 헤드램프는 보행자에게 훨씬 더 치명적인 상해를 입히는 '흉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행자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 '튀어나논 구조물'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 암살자 2 : '비용', '무게', 그리고 '고장'

팝업 헤드램프는 구조가 복잡했습니다.
모터, 연결 장치, 배선 등 수많은 부품이 추가되어야 했죠.
이는 곧 '생산 비용'과 '무게'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부품이 많은 만큼 고장 날 확률도 높았습니다.

한쪽 라이트만 올라오고 다른 쪽은 감겨있는, 이른바 '윙크' 고장은 팝업 헤드램프 오너들의 숙명과도 같았습니다.
팝업 헤드램프에게 내려진 가장 결정적인 '사망' 선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탄생시켰던 바로 그 '법규'가 사라지면서 부터였습니다.
① 법규의 변화 (족쇄가 풀리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헤드라이트의 모양과 높이에 대한 제약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억지로 라이트 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거운 팝업 구조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디자이너들을 묶고 있던 '족쇄'가 풀린 셈이죠.
② 기술의 발전 :

여기에 기술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LED와 프로젝션 램프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그 크고 둥근 램프가 아닌, 아주 작고 얇은 헤드 램프로도 훨씬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작고 아름다운 헤드램프를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배치하며 낮고 날렵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겁니다.

팝업 헤드램프는 효율성과 안전이라는 엄격한 잣대 이래 사라져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버튼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설레였던 그 시절의 '낭만'만큼은, 람보르기니 쿤타치와 페라리 F40의 닫힌 눈꺼풀 속에서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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